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지는 환경 만들기

유아영어, 이렇게 하면 자신만만1

유아영어, 이렇게 하면 자신만만 2

[유아영어 클리닉] 엄마가 바담 풍 해도……

 

관련도서

히플러 서현주의 자신만만 유아영어

 

 

[유아영어 클리닉] 엄마가 바담 풍 해도……


“재윤이가 자꾸 fridge, fridge 하는데 그게 뭐야?”
“refrigerator의 준말, 냉장고야. 냉장고 열어 달라는 거겠지.”
오래전 일이다. 언제부턴가 재윤이가 아빠조차 모르는 단어를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영어교육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남편도 재윤이와 영어로 말하기에 동참하려고 재윤이에게 가끔 가르쳐주는 게 생겼다. 그런데 발음이 걸작이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가서 학교를 보고 ‘스쿨’이라고 가르쳐줬나보다. school이라는 발음을 완벽하게 구사하던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스쿨’이 맞다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재윤아, 아냐. school이야.”
“아냐. 스쿨이라니까.”
남편의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아이 앞에서 남편에게 영어를 못 쓰게 하진 않았다. 엉터리 발음이라도 아이가 재미를 느껴 영어와 친숙해졌다면 그것으로 좋지 않은가.

내가 10년 전에 이미 말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아직도 가끔 엉망인 발음으로 아이까지 망치느니 자기는 영어를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부모를 본다.
“저야 제 발음만 좋다면 우리 아이 영어를 직접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요. 그런데 발음이 안 좋고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민감한 시기에 아이의 발음을 망칠까봐 말을 못해주겠어요. 그래서 책도 꼭 원어민이 읽어주는 오디오가 같이 있는 걸로 사서 들려줘요. 그런데 잘 안 들으려고 해서 걱정이에요.”

유아영어를 부모가 직접 해주는 데 있어서 최대의 걸림돌은 부모의 영어구사능력과 영어발음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대화를 해주고 싶어도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으니 안 되고, 책을 읽어주고는 싶은데 당최 발음이 굴러가지 않아서 안 된다고. 특히나 일부 전문가들은 부모의 엉터리 발음으로 엉터리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평생 발음교정이 불가능하니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맡기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한다.
그러나 《‘영어’하면 기죽는 엄마를 위한 자신만만 유아영어》를 통해 ‘엄마가 직접 해줘라~!’라는 무모한 주장을 시작한 지도 어언 10년.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숱하게 많지만 부모 발음 때문에 아이들 발음도 망쳐서 속수무책이 되었다는 사례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부모가 해주는 영어는 원어민의 발음으로 들려주는 오디오와 그 역할이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가 해주는 영어는 영어라는 외국어가 텔레비전 화면에서나 나오고 오디오를 통해서만 들리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영어를 실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아이 곁에서 살아숨쉬는 언어로 만들어주는 것이 맡은 바 소임이라 할 수 있다.
영어그림책을 펼쳐놓고 오디오를 틀어준다고 처음부터 아이들이 거기 빨려 들어가서 듣지는 않는다. 부모의 풍부한 표정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해주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그림을 짚어가며 설명해주고, 오디오 테이프에서 나오는 배경음악 못지않은 목소리 연기로 분위기를 전달해주는 사람이 옆에 없다면 그저 보이는 것은 그림이요, 까만 것은 글씨요, 들리는 것은 이상한 꼬부랑 말일뿐. 발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그 순간 부모와 아이 사이에 흐르는 정서적인 유대감이고, 부모와 함께 떠나는 행복한 그림책 세계로의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영어라는 언어도 여기서는 하찮은 도구일 뿐, 결코 이 둘 사이의 제1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부모가 읽어주는 책은 아이에게 행복한 ‘그 무엇’으로 특별한 존재가 된다. 부모와 함께했던 즐거운 여행을 곱씹으며, 나중에 아이는 또 다른 목소리로 읽어주는 오디오 테이프의 원어민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고, 거기서 제대로 된 발음을 습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발음 때문에 아이 앞에서는 영어로 입도 뻥긋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완벽한 발음을 하는 그 어떤 원어민 선생님도 부모가 해주는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부모의 역할은 완벽한 ‘영어의 달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우리보다 훨씬 낫기를 바라면서 자극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이해할 무렵에는 정직하게 “엄마는 어릴 때 ‘F’ 발음을 어떻게 내는지 배우지 못해서 가끔은 ‘ㅍ’처럼 발음할 때도 있어. 그렇지만 넌 어릴 때부터 배우고 있으니까 제대로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깐 네가 엄마를 도와줄 수도 있어. 내가 ‘F’를 ‘ㅍ’으로 발음하면 말해줘.”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모와 아이는 한 팀이 될 수 있고, 또 아이가 가끔 부모의 선생님이 되면서 영어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한국식의 영어발음이라도 상관없다. 또박또박 음절이 끊어지고, 연음을 무시하고, 악센트가 경상도식이라도 괜찮다. 언젠가 엄마 아빠 발음이 엉터리라고 대놓고 부모를 면박하는 황당하고도 서운하고도 대견한 그날이 올 때까지 온 힘을 다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아영어에 왕도는 없다!


 

  

이전 페이지 |